일몰시간의 고즈넉한 풍경이 떠오르는 향.
혹은
이른 오전, 쌉쌀한 녹색잎을 연한 불에 볶는 찻잎마을에서 날 것 같은 향기가 제 손목에서 나고 있어요. 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평생 구매하고 싶을 향이라 생각합니다. 향긋하며 울렁이지 않는 담백한 차향.

조용한 미술관에서 맡고 싶은 향이기도 합니다.
사실 배송 오자마자 안정화까지 못 기다리고 바로 뿌렸는데도 정말 좋아요. 타 후기엔 세탁세제향이라는 말도 있던데 익숙해지면 다른 향이 느껴집니다. 뭔가 새로운 차원이 열리는 느낌... 손목에 뿌리고 자전거를 타고왔는데 바람결에 무심코 날리는 얼그레이향에 멈칫멈칫하며 향을 들이마셨습니다. 그 경험이 만족스러워, 품절된 얼그레이티 50ml 찾아 중고장터 돌아다니고 있어요... (12ml 키트의 유용도는 정말 높지만 기본 3뿌인 저에겐 짐승용량이 필요함.)

기존 향수들의 강한 개성 혹은 공간향스러운 인공적인 향에 질려있던 차에, 은은하고 독특한 향수를 만나게 되어 기분이 무척 좋습니다. (길게 적으면 사는 사람 많아져서 미카님이 얼그레이 품절 풀어주실까봐... 도 있음니다)

책 한 권 읽은 듯한 미카님 글도 무척 매력적입니다.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을 보니 공병 변경하시며 상당히 고생하신 것 같았어요. 그 때문인지 12ml에 19,000원이란 가격이 절대 아깝지 않았습니다. 캔버스천 파우치에 담아 편지와 함께 보내주십니다. 샘플시향지로는 애프터눈티, 서비스 향초로는 라벤더트립을 보내주셨는데 어떻게 취향을 알고 맞춰서 보내주셨는지 조금 놀라웠습니다. 라벤더트립은 가미한 향 없이 찐 라벤더라 좋았어요.

지금 애프터눈티와 (리미티드)마이네임이즈로즈 본품을 주문해뒀는데요. 애프터눈티의 시향지는 포지타노 레몬 사탕 느낌입니다. 실론티 음료 같기도 합니다. 첫향은 다들 말하듯이 세탁세제향이어서 잘 못 맡았지만, 시간을 두고 계속 열어서 맡아보며 다른 향을 느끼고 있습니다.
보통 티라고 하면 쌉쌀하고 청량한 아로마 찻잎을 떠올리는데, 애프터눈티가 의미하는 건 오후의 홍차죠. 레몬파운드케이크와 밀크티를 같이 마시는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터키산 레몬향 블랙티에서 아주 잠깐 스치고 가는 레몬 껍질향이 참 좋은데, 이를 극대화하신 것 같아요. 제 강렬한 향수ㅋㅋㅋ에 민감한 가족들도 이 향수는 좋아할 것 같네요.

사장님, 추석 전보다 추석 이후에 사람들 돈이 더 많으니 어서 재고확보를 부탁드립니다...!